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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조모임 넘어 사회 안전망으로…학폭 피해 지원 어떻게?

서진석 기자 | 2024. 02. 09 | 329 조회

[EBS 뉴스]

서현아 앵커

학교폭력 피해자 지원 방안, 해당 연구를 진행한 조정실 학교폭력피해자가족협의회 회장과 조금 더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피해 학생들의 교육기관인 해맑음센터장도 맡고 계십니다.


전문 연구인이 아니신데도, 지금 65세의 나이에 피해자 가족 지원을 위한 논문을 집필하셨습니다.


어떤 이유에섭니까.


조정실 회장 / 학교폭력피해자가족협의회(해맑음센터장)

피해자 보호 지원 활동을 20년 넘게 하면서 우리나라 정책이 가해자를 교화해서 폭력이 안 일어나는데만 집중하고 피해자 회복에는 큰 신경을 쓰지 않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피해자는 알아서 피해를 회복하거나, 그냥 피해를 안고 살거나 개인의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피해 학생과 그 가족을 상담을 하고 해맑음센터를 통해 자존감을 올리고, 그렇게 하면 피해자가 정말 좋아진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그런데 여기에 대한 연구가 하나도 없었습니다.


저처럼 피해 지원이 어떻게 한 사람 인생을 바꾸는지 교수님들은 잘 모르니 그래서 제가 했습니다.


영어 공부도 어렵고 공부도 쉽지 않았지만 그래도 교우들이 다들 좋은 연구라고 도와주고, 교수님들도 많이 도와주셔서 결실을 맺을 수 있었습니다.


서현아 앵커

피해자 가족의 시각을 직접 반영한 연구라는 점에서 더 의미가 깊습니다.


연구 내용을 조금만 더 소개해 주신다면요?


조정실 회장 / 학교폭력피해자가족협의회(해맑음센터장)

학교폭력으로 상처를 입은 학생들은 처음에 오면 눈을 못 마주치고, 낮에는 멀쩡하다가 밤이 되면 고통으로 자기 중심을 못 찾는 경우가 많습니다.


부모님도 너무 지친 상태이고, 그래서 피해자 중심 교육과 상담, 회복한 피해 부모님들이 다른 피해 부모님들을 도와주는 위로 상담을 진행했습니다.


좋다는 상담 찾아가며 공부하고 방법을 찾아 도입도 했는데, 그 이유는 빨리 방법을 찾지 않으면 많은 피해자들이 목숨을 버릴 것 같은 절실함이 느껴졌기 때문이었습니다.


제 연구는 저희가 했던 프로그램을 통계 분석해서 어떤 프로그램이 그중에서 더 효과적인지, 어떤 변화를 주는지를 연구했습니다.


모두 효과가 있었다고 통계분석이 나와서, 정말 다행이구나 싶었습니다.


서현아 앵커

10년이 넘게 직접 피해자들을 지원하고, 그걸 기록해 통계적으로 입증하시기까지 상당한 노력을 하셨을 것 같습니다.


이런 일을 사실 정부에서 더 열심히 해야 할 텐데, 어떻습니까?


조정실 회장 / 학교폭력피해자가족협의회(해맑음센터장)

학교폭력피해자가족협의회에서 운영하고 있는 해맑음센터와 우리아이행복프로젝트는 우리나라 유일한 학교폭력 피해자 보호 지원 사업입니다.


해맑음센터는 96%의 높은 복교율로 효과가 증명되었고 우리아이행복 프로젝트는 7개 지역센터를 통해 매해 200명이 넘는 피해 가족들의 보호하고 지원하는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프로그램에 참여한 피해 학생들을 대상으로 심리적 고통 및 치유 회복에 관한 연구를 교육부에 여러 차례 요청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지금은 자체적으로 프로그램 효과분석과 함께 피해 학생에 관한 연구 및 프로그램 계발, 학교폭력 인식에 관한 설문항을 만들어 검증을 앞두고 있습니다.


서현아 앵커

해마다 실태조사 결과가 나오고는 있지만 단편적인 현황의 확인 정도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고, 장기적인 추적 연구가 부족하다는 지적해 주셨습니다.


피해 학생들을 위한 교육기관이죠.


해맑음센터에선 지금 어떤 노력이 이뤄지고 있습니까.


조정실 회장 / 학교폭력피해자가족협의회(해맑음센터장)

해맑음센터에서는 심리정서 안정, 자아존중감 회복, 관계 형성, 학업성취 향상이라는 4가지의 큰 주제로 피해로 인한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체계적인 프로그램을 진행합니다.


그동안 총 350명의 학생들이 수료했고, 10년간 해맑음센터를 거쳐 간 학생들의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수집하여 지역별, 나이별, 피해 유형의 변화 등을 파악하고 있습니다.


또한, 프로그램 만족도와 분석을 통해 문제행동의 변화, 긍정적인 변화 등을 파악하여 학생들 개개인의 피해 유형별 맞춤형 프로그램을 보완·개발하고 있습니다.


서현아 앵커

지난해 학교폭력이 뜨거운 이슈로 떠오르면서 정부도 피해자를 위한 지원대책을 보완해 발표했습니다.


현장에선 변화가 있습니까?


조정실 회장 / 학교폭력피해자가족협의회(해맑음센터장)

올해 새 학기부터 또 제도가 많이 바뀝니다.


그런데 제도가 바뀌어도 피해자들이 실질적으로 구제 받았다고 생각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번에도 또 반복될까 걱정되고, 몇 가지 사안은 제도 시행해도 큰 효과가 없겠다고 예상되는 것도 있습니다.


그래도 교육 당국이 예전보다 학교폭력 피해자에게도 큰 관심을 갖고, 열심히 추진하고 있으니 저희는 현장의 목소리를 전달하면서 피해자에 대한 관심이 계속 커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서현아 앵커

마지막으로 우리 학교폭력 피해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한말씀 해 주신다면 어떨까요?


조정실 회장 / 학교폭력피해자가족협의회(해맑음센터장)

혼자서 힘들어하지 마세요.


절대 나쁜 생각하시면 안 되고요.


힘드시면 언제든지 저희들에게 도움 요청을 해 주세요.


저희가 한 가족으로서 여러분들을 돕겠습니다.


힘내시고 절대 나쁜 생각들 하시면 안 됩니다.


서현아 앵커

스스로 '자(自)', 도울 '조(助)' 자를 써서 '자조모임'이라고 하는 거죠.


피해 가정들이 서로를 도우면서 가까스로 버티고 있는데, 이걸 더 촘촘한 사회안전망으로 확대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겠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서진석 기자realstone@ebs.co.kr / EBS 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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