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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폭 대책, 여전히 가해자 처벌 중심…피해자 회복에 초점을"

■조정실 해맑음센터장 인터뷰

피해학생 치유 기관 거의 없어

전담 지원관 등은 현실성 부족

가해자 보복 공포만 커질 수도

내년 피해 연구재단 건립 계획

조정실 해맑음센터장이 28일 서울 도봉구 학교폭력피해자가족협의회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학교 폭력 대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설명하고 있다. 이호재 기자.




“오랜 기간 동안 학교 폭력 피해를 본 학생들은 자아 존중감이 낮아지고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들은 졸업한 뒤에도 정상적인 사회 생활에 어려움을 겪는데 피해자의 회복을 돕는 실효성 있는 지원 프로그램은 턱없이 부족합니다.”

조정실 해맑음센터 센터장(66)이 최근 서울경제신문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가해자 처벌 강화에 방점을 둔 현재의 학폭 대책을 ‘피해 학생과 가족 치유’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며 이처럼 말했다. 국내 유일의 학폭 치유 전문 기관인 해맑음센터를 지난 11년 간 운영해온 조 센터장은 가해자 엄벌과 교화에 치우친 학폭 대책이 오히려 피해자와 가해자 모두의 상황을 악화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언급했다.

조 센터장은 “가해 학생에 대한 처벌 수준을 높이는 것만이 답은 아니다. 가해자는 ‘이 정도의 처벌을 받았으니 죗값을 다 치렀다’ ‘피해자의 신고로 내가 이렇게 피해를 입었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고 이로 인해 피해자의 공포감은 더 커질 수 있다”며 “피해 학생의 상처가 온전히 회복하지 상태에서 가해자가 사과를 하도록 강요하는 것 또한 부작용을 키울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국내에는 피해자의 치유와 회복을 전문적으로 지원하는 프로그램과 기관이 거의 없다시피한 실정이다. 전국의 시·도 교육청이 정서 위기 학생을 지원하는 ‘위(Wee)센터’를 운영하고 있지만 학폭 피해 학생 뿐만 아니라 가해 학생도 이곳에서 마주칠 수 있는 환경이다. 또 결손가정과 학습부진, 친구관계 어려움 등 위기 청소년을 위한 복합 시설이다 보니 학교 폭력 피해 유형과 피해 학생의 기질·성향 등을 고려한 정교한 상담이 어려운 구조라는 게 조 센터장의 설명이다. 학폭 피해 학생만을 전문적으로 살피는 기관은 해맑음센터가 유일한데 이마저도 충북 영동에 위치해 접근성이 떨어지고, 교사·교실도 부족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조 센터장은 “지난 몇 년 사이 사이버 학폭이 급증하는 등 피해 유형이 다양해지고 있는데 이에 맞는 상담 프로그램이 개발은 이뤄지지 않아 피해자들이 제대로 된 상담을 받지 못하고 있다”며 “피해 학생들이 자신의 강점과 기질을 살려 자존감을 회복할 수 있도록 집중적으로 지원하는 프로그램도 거의 없어 (해맑음센터가) 새로 개발 중”이라고 설명했다.

조 센터장은 올해 3월부터 새롭게 시행되는 학교폭력예방법 개정안, 이른바 ‘정순신 방지법’을 학교 현장과 피해자의 목소리를 반영하지 못한 ‘반쪽’ 대책이라고 평가했다. 개정안을 찬찬히 뜯어보면 피해자 지원과 관련한 조항의 상당수는 현실에 적용되기 어려운 측면이 많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정부는 전국에 ‘학교폭력 제로센터’를 설치해 피해학생에게 전담 지원관을 1대1로 배치한다는 방침이지만 조 센터장은 현실적으로 학생들이 처음 보는 전직 수사관과 유대감·신뢰 관계를 형성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봤다. 가해자와 피해자 즉시 분리 기간을 연장하는 것과 관련해서는 “3일이든 7일이든 피해자 입장에서는 큰 차이가 없다”며 “중요한 것은 피해자가 완전히 회복할 때까지 가해자로부터 완전히 분리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 센터장은 결국 정부가 학폭 피해 학생과 그 가족들의 이야기를 듣는 창구를 늘려 학폭 대책을 보완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센터장은 내년 학폭 피해자 연구 재단을 만들어 정부에 현장과 이론을 통합한 정책을 적극적으로 건의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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